어제 클래식 기타 제작자인 신현구씨에게 내 기타의 점검 및 쉘락칠을 맡기기 위해
아르페지오의 호준형과 함께 수원에 있는 그의 공방을 찾았다.

첫번째 이미지.
나의 예상을 150도 정도 뒤집어놓은 첫눈에 들어오는 벗겨진 머리와 짙은 눈썹, 그리고 때만이 아닌 김치국물 자국과도 같은 엷은 주황색 얼룩이 진 흰바지.
솔직히 기타 제작을 한다는 사람은 그 동안 엄태창씨만을 알고 있던 내 고정관념이었는지,
신현구씨가 무척 초라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 호준이 왔어~?"

ㅋㅋ 말을 놓는 사이였구나. 호준형은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뭐랄까.. 신현구 선생의 삶에 대한 일부분의 존경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의 알 수없는 정신적 공감대라고 해야하나,
슬슬 내가 초라해지기 시작한다.

로드리게스 기타를 카피했다며 기타 두 대를 보여주고는 한대씩 호준형에게 한 번 쳐보라고 준다.
(로드리게스 기타는 유명한 스페인의 로메로 일가가 사용하는 기타이다)
보통 스프러스 앞판을 가진 기타는 제작한 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리고 그 시간동안 정확한 터치와 울림에 의해 길이 들어야 제 소리를 잡아간다.
그래서인가,,, 내 막귀에는 소리가 작게 느껴진다.
호준 형왈,
"소리가 이쁘네요."
두대 중에 한대는 첫번째 카피여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조금 더 많은 작품이고,
두번째 카피는 어느정도 감을 잡은 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나도 왕년에(?) 기타를 조금 만져봤던 터라, 붙잡고 띵띵거리고 있자니, 신현구 선생께서 직접 기타를 잡는다.
제작자가 기타를 친다는 것은 각 현의 소리를 듣기 위해 하는 터치, 스케일 정도??
그러나 깜짝 놀랄 것이 마치 전공하는 학생마냥 진지하게 아랑페즈 협주곡의 2악장 독주부를 연주하는 것이다.  허허.. 이런..

그 순간부터 선생의 얼굴과 표정과, 손동작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아.. 이런.
다음에 올때는 카메라와 메모장을 들고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

진정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 기타가 좋아 그 가난한 길을 택한 사람, 다른 것을 버리고 사는 사람,

난 너무나 초라한 마음으로 내 기타를 조심스레 맡기고, 괜한 번거로움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죄송스런 마음을 안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005/05/13 23:36 2005/05/13 23:36
Posted by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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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1/09/22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수원이고 기타 관심 있는지라 신현구님 공방이 궁금하여 아무리 찾아도 홈피가 없네요...
    혹시 아시면 답글좀 부탁드립니다.
    dropbell@paran.com

    • scott 2011/09/29 0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네이버를 뒤져보니 신현구 선생님은 홈페이지 운영은 안하시는 것 같구요, 전화번호만 나와 있네요. 031-419-9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