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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Kleynjans
"Arabesque en forme de Caprice"
David Russell (91년)


2008/01/20 20:49 2008/01/20 20:49
Posted by scott
내가 언제부터 러셀이란 자의 노래에 반해버렸던가.. 거슬러 올라가보면,
솔직히 guitar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감이 붙어갈 무렵이 대학교 2학년 겨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야마시타의 대성당(La Cathedral)에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그 거친 열정에 비해 러셀의 연주는 너무 이쁘기만 하고, 기타소리 같지 않은, 한마디로 귀를 취하게 만드는 음색을 가진 그저그런 느낌의 연주자였다.
왜 러셀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나도 모르겠다.
아마 그의 바흐, 헨델 음반을 듣고 나서가 아닐까 하는데,
현석이 형이 녹음해다 주었던 바로크음반과 19세기 기타 음악이 나란히 담겨 있던 두개의 테잎, 그리고 때마침 구입한 소니 워크맨(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진)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워크맨으로 난 왕십리에서 신촌으로 왔다갔다 하며 엄청나게 듣고 다녔다.
적어도 500번은 돌려가며 듣지 않았을까..

BWV 1034의 andante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울리는 피츠카토로 탈바꿈한 통주저음 때문이었는데 난 거기서 무너졌고, 그후로 누구보다도 열렬한 러셀의 추종자가 되었다.

러셀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정말 노래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스 라인의 묵직함은 그보다 나은 연주자가 참 많다.
하지만 러셀만큼 아름다운 음색과 적재적소의 변화무쌍한 음색으로 멜로디를 노래해내는 연주자는 없다.
96년 가을은 내가 많이 힘들어하던 때였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과, 잘 안풀리는 애정문제와, 군대문제 등등,
그때 러셀이 왔다.
뭐,, 물론 내가 힘들다고 위로해주기 위해 온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시기에 러셀의 모습을 직접 볼수 있다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날씬한 몸에 말쑥한 연주복과 검은 나비넥타이를 깔끔하게 매고, 연주하는 그의 손에는 정력과 열정이 넘쳐 흘렀다.
두번의 연주회를 가졌는데 난 두번 다 갔었다. 두번째는 또 여러 문제가 생겨 지금에도 하나하나 장면이 스치는 연주회이다.

그후, 내가 군대를 갔다오고, 바흐에 미쳐가고, 휴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조르디 사발에 빠지고, 취직을 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차를 사고, 헤어짐을 다시 경험하고, 직장을 옮기고,,, 그러는 동안 코빼기도 안비치던 그가 드디어 왔다.

연주는 솔직히 96년보다 못했다.
하지만 러셀의 변화를 보았고, 연주에서 그의 개인사를 엿볼수 있었고,
나이들어버린 화려했던 연주가의 여유로움을 볼수 있었다.
모 사이트의 연주후기들을 읽어보았다.
러셀에 반했다고들 한다.
96년의 그의 생기넘치고 화려한 연주를 보진 못했나보다. 이제야 반하다니..
또 앞으로 러셀의 연주회는 무조건 간다고 한다.
과연 그럴수 있을까..
난 러셀이 바루에코처럼 1,2년에 한번씩 한국을 찾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희망한다고 해도 그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직감이다.

러셀의 연주에 환호하는 관중을 보았고, 환호에 화답하는 러셀의 웃음을 보았고, 아직까지 잃어버리지 않은 그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았고,
약간 숱이 적어진 그의 금발머리를 보았다는 것으로 난 만족한다.
내 가슴속에 나의 전설적인 우상으로 남아주었으면 한다면 너무 이기적인 욕심일까.
2004/10/06 23:23 2004/10/06 23:23
Posted by scott